실내 클라이밍 장갑, 안 끼는 이유와 끼는 경우

나무 벤치 위에 놓인 가죽 빌레이 장갑 한 켤레와 로프 한 묶음
클라이밍 장갑은 오르는 손이 아니라 로프를 쥐는 손을 위한 장비로 소개됩니다.

장비 관리 · 클라이밍 장갑 정보확인

실내 클라이밍 장갑, 안 끼는 이유와 끼는 경우

실내 암장에서 안 끼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제조사가 소개하는 클라이밍 장갑은 오르는 손용이 아니라 로프를 잡고 확보하거나 하강할 때 쓰는 손용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볼더링처럼 홀드를 맨손으로 잡는 운동에서는 쓸 일이 거의 없고, 로프를 오래 쥐고 내려오는 장면에서만 의미가 생깁니다.

이 글은 제조사 두 곳의 제품 설명과 장갑 안전 규격 설명으로 그 기준을 나누고, 손 둘레로 사이즈를 고르는 환산표까지 직접 만들어 정리했습니다. 구매를 권하는 글이 아니라 필요한 장면인지 먼저 가려 보는 글입니다.

클라이밍 장갑을 검색하면 무엇이 같이 나올까

클라이밍 장갑을 검색하면 "안 끼는 이유", "볼더링 장갑", "빌레이 장갑" 같은 말이 함께 따라옵니다. 궁금증이 둘로 갈린다는 뜻입니다. 검색 결과 위쪽에는 제품 판매 페이지와 해외 커뮤니티 글이 많아서, 실내 암장에서 어느 장면에 장갑이 필요한지를 장면별로 갈라 설명한 한국어 글은 찾기 어렵습니다. 하나는 손이 아파서 장갑이 필요한지이고, 다른 하나는 주변에서 아무도 안 끼는데 나만 필요한 것인지입니다.

저는 이 질문을 먼저 장면으로 쪼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클라이밍은 벽을 오르는 손, 로프를 쥐는 손, 줄에 매달려 내려오는 손이 전혀 다른 환경에 놓입니다. 장갑이 필요한지는 클라이밍 전체가 아니라 어느 장면이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아래 순서로 보겠습니다. 장갑이 설계된 장면, 오를 때 안 끼는 이유, 끼는 쪽이 나은 경우, 규격 표기를 읽는 법, 손 둘레 사이즈 환산, 암장에 물어볼 것입니다.

제조사는 장갑을 어떤 장면에 쓰라고 소개할까

Petzl은 코덱스 플러스를 빌레이·하강용 장갑으로 소개합니다. 안쪽 설명에는 이중 가죽과 패딩이 긴 하강이나 로어링 때 생기는 열로부터 손바닥을 보호한다고 적혀 있고, 손끝처럼 닳기 쉬운 곳을 보강했으며 하네스에 걸 수 있는 카라비너 구멍이 있다고 합니다.

Black Diamond의 크랙 장갑은 가볍고 통기성이 있는 암장용 장갑으로, 빌레이와 비아 페라타에서 손놀림이 좋다는 점을 내세웁니다. 두 곳 모두 설명에 "볼더링할 때 홀드를 잡는 손"이라는 말은 없습니다. 쓰임은 로프와 철제 와이어를 쥐는 장면에 맞춰져 있습니다.

Black Diamond 사이트는 장갑을 스키, 산악, 클라이밍, 러닝, 일상용으로 나눠 놓았습니다. 겨울에 손을 따뜻하게 하는 장갑과 암장에서 로프를 쥐는 장갑은 처음부터 다른 갈래라는 뜻입니다. 방한 장갑을 사서 암장에서 끼려는 계획이라면 이 구분부터 알고 가야 합니다.

암장 바닥 매트 위에 놓인 확보 기구에 로프가 걸려 있는 모습
장면손에 닿는 것장갑이 의미 있는 이유맨손이 나은 이유
실내 볼더링홀드, 초크제조사 설명에 이 장면은 없다홀드 표면을 손으로 느끼며 잡는다
로프 클라이밍 확보로프, 확보 기구로프와 마찰이 생기는 손바닥 보호줄의 움직임이 손끝에 전해진다
긴 하강·로어링로프를 오래 쥔 손제조사가 열 보호를 내세우는 장면짧은 하강이면 차이가 작다
비아 페라타철제 와이어크랙 장갑 설명에 명시된 용도해당 없음
손바닥이 까졌을 때밴드를 붙인 손바닥후기에서 밴드 위에 끼면 장갑이 버텨 줬다는 사례굳은살이 덜 생겨 피부가 약한 채로 남는다는 걱정
겨울 야외찬 공기방한 장갑이 따로 분류됨해당 없음

표의 "맨손이 나은 이유" 칸은 제조사 문장이 아니라 제 판단입니다. 나머지 칸은 위 제품 설명에 있는 내용만 옮겼습니다.

오를 때 장갑을 안 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제조사 모두 장갑의 장점으로 손놀림을 말합니다. Petzl은 "손놀림을 해치지 않으면서 추가 보호를 준다"고 썼고, Black Diamond는 "뛰어난 손놀림"을 앞세웁니다. 거꾸로 읽으면 장갑은 손놀림을 어느 정도 포기하는 장비라는 뜻입니다. 설계가 잘된 제품도 맨손만큼은 아니라서, 손놀림이 곧 실력인 장면에서는 쓰기 어렵습니다.

저는 오르는 손에는 장갑을 권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홀드를 잡는 순간 손가락 끝으로 표면의 결과 각도를 읽어 힘을 조절하는데, 장갑이 그 정보를 줄입니다. 또 클라이밍에서 손은 초크와 맨살의 마찰에 기대는 도구인데, 장갑을 끼면 그 마찰을 직접 쓰지 못합니다. 손바닥이 까지거나 굳은살이 터지는 문제가 걱정이라면 장갑보다 피부 관리가 먼저입니다. 그 내용은 클라이밍 손바닥 까짐, 터진 물집은 어떻게 관리할까에 따로 정리했습니다. 가루 초크가 신경 쓰인다면 클라이밍 초크 성분과 호흡기, 가루·액상 초크 종류별 차이를 보시면 됩니다.

여기서 "많이 헷갈립니다"라고 짚고 싶은 지점이 있습니다. 손이 아픈 것과 장갑이 필요한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오르다가 손가락 마디나 손바닥이 아픈 경우 대개 원인은 잡는 방식, 운동량, 피부 상태입니다. 장갑은 그 원인을 바꾸지 못하고 감각만 줄일 수 있습니다.

실제 이용 후기에서 반복된 이야기는 무엇일까

암장 이용 후기와 자연 암벽 후기 여덟 건을 묶어 보면 장갑 이야기는 세 갈래로 모입니다. 한 사람의 글을 옮기지 않고 여러 건에서 겹친 내용만 정리했습니다.

후기에서 나온 장면반복된 이야기저는 이렇게 읽습니다
초보가 오르면서 쓴 경우센터가 권해서 장갑을 샀지만 큰 홀드를 잡거나 체중이 실리면 여전히 아프고, 쉬운 홀드를 두세 번 오가면 땀이 차서 미끄러져 결국 안 챙기게 됐다는 이야기입니다손바닥 통증은 장갑이 완전히 막아 주지 못합니다
첫 방문에서 물어본 경우홀드가 까슬해서 손이 아파 장갑을 물어보자 강사가 장갑은 위험해서 거의 안 낀다고 답하며 테이핑이나 굳은살을 권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암장 후기도 맨손 운동이라 손바닥 보호를 신경 써야 한다고 적었습니다구체적인 이유는 후기에 없으므로 강사에게 직접 물어야 합니다
확보를 서는 경우암장 이용 안내에 빌레이 장갑 착용이 적힌 곳이 있고 장갑을 암장에서 파는 곳도 있습니다. 자연 암벽에서 장갑 없이 확보하다 추락 중 로프를 무의식적으로 잡아 손가락이 쓸렸다는 후기도 있습니다착용 여부는 암장 규칙부터 확인합니다
자연 암벽용 장갑실내에서 틈새를 손으로 버티는 크랙 재밍용 장갑을 낀 사람을 봤다는 이야기와, 확보 중 꽉 끼는 장갑 때문에 손이 시렸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이름이 같은 장갑이어도 쓰임이 다릅니다

후기끼리 엇갈리는 부분도 있습니다. 손바닥이 까졌을 때는 밴드 위에 장갑을 끼니 버텨 줬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 같은 후기 안에서도 굳은살이 안 생겨 오히려 피부가 약한 채로 남을 것 같다는 걱정이 함께 나왔습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 후기만으로 정할 수는 없어서, 저는 손바닥이 아픈 날 하루 정도만 쓰고 평소에는 맨손으로 돌아오는 쪽을 권합니다. 장갑을 사 가기 전에 챙길 것과 빌릴 것은 클라이밍 초보 준비물, 챙길 것과 빌릴 것은 어떻게 나눌까에서 먼저 나눠 보시길 바랍니다.

끼는 쪽이 낫다고 볼 수 있는 경우는 언제일까

제조사가 장갑의 효과로 직접 적은 것은 열입니다. Petzl은 긴 하강이나 로어링에서 손바닥이 받는 열을 막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소개합니다. 로프를 손에 감아 속도를 조절하는 일이 잦은 장면이라면 장갑이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로프를 오래 쥐고 내려오는 연습을 반복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암장에서 이런 장면은 자주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나눕니다. 일주일에 로프 클라이밍 확보를 여러 번 서고 손바닥이 자주 뜨거워지거나 쓸리는 사람은 장갑을 고려하고, 볼더링 위주이거나 확보를 가끔 서는 사람은 장갑 없이 확보 자세를 먼저 점검합니다. 확보 기구가 마찰을 담당하는 구조이므로 손을 기구 가까이에서 쥐지 않고 안전한 위치를 지키는 습관이 장갑보다 앞섭니다.

이 판단은 제 기준이고 암장마다 규칙이 다를 수 있습니다. 확보 자격을 받을 때 장갑 착용 여부를 정해 둔 곳이 있는지는 접수대에서 물어보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EN 388 숫자는 장갑에 대해 무엇을 알려 줄까

Petzl 코덱스 플러스에는 CE EN 388 (3123)이라는 표기가 붙어 있습니다. 설명 페이지는 이를 마모 3/4, 절단 1/5, 인열 2/4, 천공 3/4로 풀어 둡니다. 네 자리는 순서대로 마모, 칼날 절단, 인열, 천공에 대한 기계적 위험 시험 결과입니다.

자리시험 내용코덱스 플러스 결과최고 등급
첫째마모34
둘째칼날 절단15
셋째인열24
넷째천공34

중요한 점은 이 규격이 열 위험을 시험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EN 388 설명 자료는 열과 화염을 이 규격이 다루지 않는 위험으로 구분하고, 그런 위험은 EN 407 같은 별도 규격이 다룬다고 안내합니다. 그래서 "EN 388 숫자가 높으니 하강 열에도 강하다"고 읽으면 틀립니다. 하강 열 보호는 제조사가 제품 설명에서 따로 말하는 내용이고, 규격 숫자로 확인되는 것은 아닙니다. 구매 전에 규격 표기를 볼 때 이 점을 알아 두면 좋습니다.

밝은 나무 바닥에 놓인 가죽 장갑 한 켤레와 줄자

손 둘레로 장갑 사이즈를 고르면 어떻게 될까

Petzl 제품 페이지의 사이즈 표를 한 줄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제조사 표에는 손 둘레와 무게가 같이 있어서, 둘레가 어느 표기에 해당하는지 바로 읽을 수 있습니다.

제품 표기손 둘레제조사 표기 무게
7.5 (XS)19cm132g
8 (S)20cm136g
8.5 (M)21.5cm140g
9 (L)23cm146g
9.5 (XL)24.5cm152g

이 표로 직접 계산해 보겠습니다. 표 간격은 19에서 20까지 1cm, 그 뒤로는 1.5cm씩입니다. 그러니 손 둘레가 표 값과 딱 맞지 않아도 가장 가까운 표기와 최대 0.75cm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줄자로 잰 손 둘레가 22cm라면 8.5의 21.5cm와 0.5cm, 9의 23cm와 1cm 차이입니다. 숫자로는 8.5가 가깝지만 Petzl이 "너무 조이지 않으면서 손놀림이 좋은 재단"을 내세우므로, 저는 이렇게 둘 사이에 걸릴 때는 큰 쪽 9를 먼저 입어 보시길 권합니다. 가죽 장갑은 쓰면서 길들 수 있지만, 처음부터 조이면 손끝 감각이 더 줄어듭니다. 한 가지 더, 무게는 가장 작은 표기와 가장 큰 표기가 20g 차이라서 사이즈 때문에 무게 부담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손 둘레를 재는 위치와 방법은 제조사 치수 안내를 따르는 것이 안전합니다. 같은 사람이라도 재는 위치가 다르면 1cm 이상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암장에 가기 전에 정할 것은 무엇일까

정리하면 장갑을 살지는 세 가지 질문으로 정리됩니다.

  1. 이번 달에 로프를 쥐고 확보하거나 하강한 날이 며칠인지 적습니다. 한두 번이면 장갑보다 자세 점검이 먼저입니다.
  2. 손이 불편한 장면이 오를 때인지 로프를 쥘 때인지 적습니다. 오를 때라면 장갑이 아니라 피부와 운동량 문제입니다.
  3. 이용하는 암장 접수대에 확보 연습이나 확보 자격 시험 때 장갑을 껴도 되는지 묻습니다.

세 질문 가운데 하나라도 "로프를 쥘 때, 자주"로 나오면 그때부터 사이즈 환산표를 들고 장갑을 알아봅니다. 그렇지 않다면 오늘은 장갑 없이 가도 됩니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면, 실내에서 안 끼는 사람이 많은 까닭은 장갑이 쓸모없어서가 아니라 쓰이는 장면이 오르는 손 밖에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에 암장에 가시면 확보 서는 날과 오르기만 하는 날이 각각 며칠인지 한 번 세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 숫자가 장갑 필요 여부의 가장 정직한 답입니다.

자주 나오는 질문은 어떻게 답할까

볼더링 전용 장갑이 따로 있나요? 위에서 본 두 제조사 설명에는 볼더링이라는 용도가 적혀 있지 않습니다. 볼더링을 내세운 다른 제품을 보신다면 설명에서 어떤 장면을 말하는지, 오르는 손용인지 매트 위에서 쓰는 손용인지 문장을 직접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이름에 볼더링이 붙었다는 이유만으로 오르는 손에 맞다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겨울용 장갑을 끼고 확보를 서도 될까요? 방한 장갑은 제조사 분류에서도 클라이밍 장갑과 갈래가 다릅니다. 손이 두꺼워지면 로프의 움직임이 덜 느껴질 수 있고, 허용 여부는 암장마다 다를 수 있으니 그날 안전 담당자에게 먼저 물어보시길 권합니다.

접수대에서 어떻게 물어보면 될까요? 처음 가는 날 접수대에서는 보통 이용 경험과 대여 여부를 먼저 묻습니다. 그때 "확보 연습할 때 장갑을 껴도 되나요"라고 한 문장만 보태면 됩니다. 답이 "괜찮다"여도 "맨손으로 하라"여도, 그 암장의 확보 방식에 맞춘 답이므로 그대로 따르시면 됩니다.

장갑을 사면 손바닥 굳은살이 없어지나요? 장갑이 보호하는 곳은 로프를 쥔 면입니다. 오르다가 생기는 굳은살과 까짐은 장갑을 안 끼는 오르기 동작에서 생기므로, 장갑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확인 자료

이 글은 일반 정보이며 특정 제품 구매를 권하지 않습니다. 확보와 하강 방법은 암장 안전 교육과 강사의 지도를 따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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